2021 Review

정말 오랜기간 나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 바쁘게 달려왔지만 그래도 이제는 원하던 마일스톤을 달성하기도 했고 좀처럼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4년만에 한 해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 본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학부와 대학원에서의 일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문연구요원 편입과 입사

드디어 올해 인생 계획의 현재로선 가장 큰 마일스톤인 군문제를 해결했다. 정확히는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시작한 것이지만,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고 실패한다면 현역으로 입대하며 세워 둔 계획이 틀어질 수 있어서 부담이 심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부담감과 여러 고충들을 글로 다 적을 순 없었지만 전문연군 요원으로 편입하기로 전문연구요원 편입까지 어떤 경험들을 겪었는지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되니 3년이라는 긴 복무 시간보다 일단은 군대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장기적 목표를 달성했다는 안도감으로 인해 조금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진 부정적인 부분도 있겠으나 그래도 심리적으로 좀 편해졌다.

회사의 일은 사실 내 전공에 완벽히 들어맞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원래 지원한 팀에 배정받은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서 지원한 VisionAI팀이 아닌 옆에 있는 GameAI팀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컴퓨터 비전을 전공했고 연구실에서는 Object Detection, Tracking 연구 그리고 조금의 Domain adaptation 경험을 했지만 현재 GameAI팀에서 Facial Motion Generation 과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항상 데이터 수집, 전처리를 하는 방법부터 이에 맞는 모델을 설계하고 실제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구해온 방향과 조금 다르더라도 현재 팀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서비스와 밀접한 부분의 연구 이런 부분을 반영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해보려고 노력했었다. 기술 스택은 머신러닝 연구 직무가 으레 그렇듯 큰 문제는 없었지만,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물을 시각화 하기위한 프로세스는 처음 배우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이전에 다뤄보지 않은 형태의 데이터셋을 다루고 있고 related works가 비교적 적은 분야에서 데이터에 맞게 모델을 변형하고 학습하는 일을 진행했고 다른 팀과 협업하여 같이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배울 수 있었고 특히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병행되면서 좀 더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 의사소통에 대해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입사한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업무가 재택근무로 진행되면서 입사하고 몇 달 동안은 회사에 거의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팀원들이 누가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고 내 자리는 어색했으며 회사에 무엇이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지나갔었다. 특히 회사밥이 엄청 맛있는데 몇달 동안 먹어보지 못했었다. 재택근무는 내가 근무 시간을 조금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고 출퇴근으로 인한 피로감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업무를 너무 미뤄두거나 빠른 피드백이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도 재택근무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을 체득해서 올해도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일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 특히 출퇴근시간이 3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출퇴근으로 인한 피로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었다. 하지만 첫 입사부터 재택근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팀원들의 유대나 소속감 같은 것은 매우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물론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엔 망설여지는 거리감이 있긴 했다. 나는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비대면, 비동기로 업무가 진행됨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같은 공간을 향유함이 가져오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같이 커피를 마시러 나가서 나누는 잡담, 자리를 오가며 어깨너머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것, 가끔씩 들리는 혼잣말과 외마디 비명 그리고 맛있는 회사 밥과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등. 물론 그래도 재택근무가 더 낫다.

현재 업무에 대한 간략한 소개 영상

NCSOFT GameAI MotionAI 팀 소개

현재 상태

대학원 재학중부터 얼마 안되는 인생에서는 꽤 힘든 시간들을 보내왔다. 전문연구요원 편입이 성공적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몇 가지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끼고 프로그래머가 돼서 일을 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대학원을 지나서 일을 하면서 내가 진짜 이 일을 오랜 시간 정을 붙여서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나에겐 프로그래밍을 하고 머신러닝 연구,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모델을 만들고 튜닝하는 과정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앞으로 이런 일들을 잘 헤나갈 수 있는지, 지금은 잘 하고 있는지 계속 의문이 생기고 의심이 생겨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 찾아온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열정적 무기력 상태는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즐겁게 코드를 작성할 수도 없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일을 찾는 것도 줄어들었으며 남는 시간도 무기력하게 허비하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는데 단순히 근무로 인한 피로라고 치부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가 즐겁게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실험을 하는 것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없다고 계속 느껴진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내가 이 일을 10년, 20년 계속 하고 있어야하나?” 같은 생각이 들고, 이런 생각은 정말 해 본적 없었고, 너무 어릴 때부터 나에게는 당연한 사실처럼 자리잡고 있던 무언가 가 크게 변한 것 같다. 조금씩 발전하고 배우면서 가팔랐던 성장 곡선이 완만해지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로가 초라하고 보잘 것 없게 느껴지면서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열정이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 낯설고 무섭다. 진로에 대해 비교적 걱정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평탄한 길을 계획적으로 걸어온 만큼 내가 이를 납득하고 꺼져가는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과정은 분명 많은 시간을 쏟고 노력을 들여야 하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는 아직도 지금하는 일을을 계속 하고싶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꽤 일찍 깨닫았던 것 같지만 내가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가는 것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다른 고통이다.

내년에도 회사에서 올해 해왔던 일의 연장선을 계속 시도해볼 것 같다. 바빠서 못했던 연구와 실험 등을 해보고 엔지니어링적으로 조금 더 견고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업무 외적으로는 진행해 보고싶은 개인 프로젝트가 몇 개 있고 이전에 미뤄왔던 일들을 조금씩 해치우고자 한다. 그리고 잠시 여유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옆에서 같이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어서 고마웠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고 힘들었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올해는 특히나 같이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로 많이 다녀서 즐거웠다. 다음에는 앨범 형식으로 블로그에 먹었던 음식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때때론 인스타그램에도 올리기도 한다.

TL;DR

자잘한 이야기

  • 사실 현재 회사 전에 하루만 출근했던 다른 회사가 있었다.
  • 장기화된 재택근무로 홈 오피스를 적당히 꾸며보았다.
    • 4K@144Hz 모니터 두개를 구매했다.
    • 닌텐도 스위치를 뒤늦게 구매했다.
    • 그래픽카드를 조금 많이 샀다.
    • 무접점 키보드 두개를 구매했다. 하나는 회사에
    • 버티컬 마우스를 구매했다.
    • 2021 14” 맥북을 구매했다.
  • 맛있는 음식과 술을 좋은 친구들과 많이 먹을 수 있었다.
    • 이타루, 분당 스시야, 레이와 등에서 오마카세를 먹었다.
    • 각종 샴페인 위스키를 많이 마셨다.
    • 회사밥이 정말 맛있다!!
    • 덕분에 엄청 살찜!!!
  •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조그마한 기여
  • 사내 롤 소모임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 대충 자산이 1억정도 모은 것 같다.

올해는 꼭 해야지 리스트

  • 블로그 정리 (Jekyll 에서 React로 변경 진행중)
  • 학부 수업과 과제 정리(여기에 모아둘 예정)
  • 개인 프로젝트 몇가지
  • 자취 (아마 높은 확률로 재택근무가 종료될 것 같다.)

Home Office

Home Office 전경

2021 Macbook Pro 14"

2021 Macbook Pro 14”

Wine

맛있는 와인, Vintage 2000 - Dom Pérignon